108   1/  6   0
뎀봉
[서평] SF소설 모털엔진 - 견인도시연대기


항상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나면 검색해본다.

나와 비슷한 느낌으로 감상을 한 사람이 있을지, 다른 사람들은 내가 놓친 무엇에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가 항상 궁금하기 때문이다.

혹시 비슷한 감상평을 보기라도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그렇군..'을 되뇌이는데, 이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만족감인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대체로 너무나 독창적이고, 몰입도가 큰 소설이라는 평이다.

이 작품이 독창적이라는 점에선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아쉽게도 시작을 봤기때문에 끝을 보아야하는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게 나의 결론이라,

검색을 대충 해보고 나니 바다 위 외따로 둥둥 떠있는 섬처럼 왠지 좀 외롭다.



핵전쟁 후 황폐화된 미래, 인류는 살아남기 위한 방책으로 영국의 한 학자가 주창한 도시진화론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도시진화론이란 간단히 말해, 거대한 바퀴를 단 도시들이 서로를 잡아먹으며 생존경쟁을 하는데, 몸집이 클수록 속도가 빠를수록 더 작고 느린 도시들을 잡아먹기가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잡아먹는다는 것은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포획해 그 안의 엔진, 기계들, 각종 부품, 연료, 심지어는 사람들까지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다른 도시들을 잡아먹음으로써 도시는 배를 채울 수 있고, 또 다른 먹이감을 찾기 위해 이동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런 약탈행위는 당연한 것이 된다.



모든 자원이 부족해진 미래에 거대한 바퀴로 이동하는 도시가 작은 도시를 사냥한다는 설정 자체는 독창적이라 할 만하다.  

견인도시(traction city)의 모습 또한 머릿속에 그려지듯 구체적이어서 미래에 이런 일들이 있을 법도 하단 생각이 든다.

자원이 그나마 풍족한 지금도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인데, 자원이 극도로 제한된 미래에는 오죽하겠는가.

견인도시 (여기서 대표적으로 묘사되는 도시는 '런던'이다.)는 철저하게 계급사회이다.

도시는 윗층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층의 갑판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각 갑판은 그 층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의 신분을 의미하기도 해서,

아래 갑판으로 내려갈수록 계급이 낮아져 젤 아래층에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일을 도맡아하는 최하층민이 견인도시의 바퀴를 굴리고 있다.

이런 설정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최상위 갑판에선 상류층이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지만

바로 같은 시각 배의 젤 아래에선 땟국에 절은 노동자들이 배에 연료를 쉴새없이 공급하고 있는 장면과 겹쳐진다.



실제로 도시를 운영하는 것은 역사학자 길드, 내비게이터 길드, 엔지니어 길드, 상인 길드 이 4개의 길드인데,

주인공인 15세 소년 톰 내츠워디는 역사학자 길드에서 3등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다.

길드에서 일할 정도니 신분이 낮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로부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3등 견습생 신분이라

톰은 항상 신분상승을 꿈꾸고 있다.

그저 그렇던 톰의 일상은 그의 우상인 역사학자 길드회장 밸런타인을 죽이려는 괴상한 소녀 헤스터 쇼를 만나게 되면서 전복된다.

이동하던 런던에서 함께 추락해 졸지에 아웃컨츄리(견인도시 이외의 땅)의 여행자가 된 톰과 헤스터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런던으로 향한다.

한편, 밸런타인의 딸 캐서린은 아빠의 비밀을 캐기시작하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로드무비같기도, 청소년들의 성장담같기도 하다.

톰과 헤스티는 아웃컨츄리를 헤매고 다니고, 캐서린은 견인도시의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 뒷표지에 해리포터와 비교해놓은 '인디펜던스지'의 서평을 계속 떠올렸고,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게 쓴 SF인가? 라는 생각으로 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들이 소년, 소녀들이라서가 아니다.

바퀴가 달려 이동하는 도시라니 배경은 너무 멋진데, 등장인물들이 너무 단선적이고, 섬세하지 못하며, 이야기의 힘이 솜털처럼 가벼운 것이다.

이 책을 바로 읽기 직전 스티븐 킹의 '살렘스 롯'을 읽었는데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스티븐 킹은 본론에 들어가기 전 사전작업이 매우 긴 작가이다.

이를테면, 잠깐 등장하는 인물의 죽음을 위해 장장 몇페이지를 그 사람의 살아온 이력으로 할애하는 식의,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은 작가이다.

또 이야기는 어찌나 묵직한지 섬세하면서도 한걸음한걸음 절정을 향해 나가는 그 솜씨 때문에 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그렇게 호흡이 길고 느린 소설을 읽다가 이 '모털엔진'을 읽으니, 이야기 전개는 널뛰기 같으며 주인공들은 매력도 제로의 철없는 10대로만 보인다.(어쩜 이렇게 매력이 없을 수 있는지!!)

그 메두사라는 것은 어찌나 눈치채기 쉬운 것인지, 캐서린은 비밀을 캐고자 안달복달이지만(말그대로 안달복달로 느껴졌다;;), 나는 거기에서 어떤 긴장도 느끼지 못했다.

또한, SF소설에서 디스토피아를 그려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닌 일이라, 인간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미래의 계급사회라는 건 이미 익숙하게 봐온 설정이다.

그 안에서 학대당하는 인간의 모습은 새삼 충격적일 것이 없다.




견인도시라는 설정과 묘사는 정말 좋다. 다만 그 안의 인물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이 약하다.

필립 리브는 상황의 달인이지, 탁월한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지않을까. 더군다나 해리포터와 비교라니...

(아무리 홍보를 위한 선전문구라지만;; )




책을 읽기 전엔 정말 기대했는데, 읽고나니 한편의 청소년 모험담을 읽은 느낌.

묵직하고, 읽고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그런 SF를 기대했는데, 사실 많이 실망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정말 나랑 생각이 많이 다르구나...

아마도 후속편은 읽어보긴 하겠지만, 내 돈 주고 사볼 일은 없을 듯 싶다.



한편으론 피터 잭슨이 연출한다는 영화는 다시한번 기대를 해봄직하단 생각이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지던 견인도시의 세계를 실제로 스크린에서 보는건 매우 멋질 것이다. (견인도시의 미래상이 SF적으로 멋진건 사실이다.)

등장인물에겐 또 어떤 개성을 부여할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박진감있게 표현할지 정말 기대되고 궁금하다.

다시한번 물먹는 일은 또 없겠지?



 

  책 리뷰와 리스트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확인해주세요~
뎀봉    2011/02/18   927 

  태리의 책 리스트 (10.10.18)
뎀봉    2010/10/02   871 

  이곳은 잡동사니 게시판입니다. [867]
뎀봉    2002/07/24   1783 
 105
  2011년에 읽었던 책
뎀봉    2012/04/18   986 
 104
  [영화] 맨프럼어스 (The man from Earth)
뎀봉    2011/07/15   1182 
 103
  [영화] 미스트 vs 해프닝
뎀봉    2011/07/08   1706 
 102
  [영화] 보물선, 모험 그리고 키스... 구니스 (The Goonies , 1985)
뎀봉    2011/07/01   2311 
 101
  [서평] 2011년 3월의 책 - 책탐
뎀봉    2011/05/06   1339 
 100
  [서평] 2011년 2월의 책 - 만들어진 신
뎀봉    2011/03/18   862 
 99
  [서평] 2011년 1월의 책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外
뎀봉    2011/03/18   816 
 98
  [서평] 생각의 탄생
뎀봉    2011/01/22   904 
 97
  [서평] Merriam-Webster's Visual Dictionary
뎀봉    2010/11/22   857 
 96
  [서평]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뎀봉    2010/11/01   1756 
 
  [서평] SF소설 모털엔진 - 견인도시연대기
뎀봉    2010/11/01   941 
 94
  [서평]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뎀봉    2010/07/15   1085 
 93
  [서평] 우리아이 이유있는 레시피
뎀봉    2010/06/05   1066 
 92
  [글귀]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中 [1103]
봉작가    2009/10/20   1113 
 91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 (The Blues Brothers) [6245]
뎀봉    2009/05/13   1679 
 90
  [영화] 다크시티 (Dark City) [64]
뎀봉    2008/12/31   1938 
 89
  [영화] 오래된 뮤지컬영화 annie [411]
뎀봉    2008/12/27   2453 
 
  1 [2][3][4][5][6]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Change